Room - 17:

카트리에 브레송을 생각하며

 

b-1.png 

66 x44 x35 cm, film, plastic, 2012

 

 

 

 

                                                  사진 1: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카트리에 브레송 사진전 입구 책을 보고 있는 사람, 2010

                                           사진 2: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카트리에 브레송 사진전 입구 모자를 쓰고 있는 두 사람, 2010

                                                                            사진 3: 파리 셍트 제네비브 도서관 외벽과 하층부 걸어가는 사람, 2006

                                                                                                   사진 4: 파리 셍트 제네비브 도서관 외벽 상층부, 2006

 

 

 b-2.jpg

 

 

 

사진이 주는 감동의 원천은 찰나에 있다.

그러면 찰나는 무엇인가.

그것은 인간과 세상이 존재하는 유일한 시공간이고 인간세상의 진실을 보여주는 틈새이다.

카트리에 브레송은 이러한 찰나를 알고 볼 수 있는 작가였다.

 

b-3.png  Henri Cartier Bresson   Mexico city  1964

 

나는 카트리에 브레송의 작업 가운데, 다큐멘타리 사진 보다는 시공간을 표현한 사진이 더 매력적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사진에 나타난 그의 시공간 인지능력은 부드러우면서도 철학을 꿰뚫는 날카로운 힘이 있다.

 

Room 17을 제작할 때 나는 작업할 이미지를 선택해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다른 작업과는 달리 브레송이 표현한 시공간과 나의 상상 공간의 접점을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내 작업은 이미지와 공간을 함께 다룬다. 따라서 브레송의 사진이 보여준 압축된 시공간을 내 작업의 맥락으로 불러올 때 그것을 역순으로 해체하고 입체적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을 반복해야만 했다.

 

첫 번째 관문은 형태였다.

나는 마치 시공간이 압축되어 결정을 이룬 아이스큐브 같으면서도 느린 영화를 반복해 보여주는 작은 입체영화관 같은 형태를 만들고 싶었다. 즉 몽환적 공간을 연출하고자 했다. '몽환'은 실제 또는 물질에 대비되면서도 현대 문명 사회의 현실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이다. 나는 몽환이 아름다운 상상과 창조의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몽환은 내 삶과 내 작업을 관통하는 큰 주제이다.

 

나는 일단은 주요이미지를 사면에 배치한 직사각형의 형태를 만들고 그것을 다시 찌그려서 사다리꼴로

바꿨다. 이를 통해 이미지 간격이 좁아지면서 오버랩 효과가 강해졌다. 이렇게 만들어진 공간은 바라보는 위치와 시각에 따라 이미지들이 서로 다르게 겹쳐지거나 분리되는 찰나의 순간을 만든다. 일종의 일시적이나 강렬한 몽환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두 번째는 구조의 문제였다.

나는 브레송의 전시회 입구 디자인을 타일이미지로 만들어 두 개의 공간을 가르는 벽으로 사용했다. 이로써 회고의 의미를 담는 원근감 있는 삼각공간을 두 개 만들었다. 각각의 삼각공간은 영화관의 스크린과 영사기 사이의 공간을 표현하는 것으로서, 이미지가 생산되고 있는 현재 진행형의 찰나를 보여주려 했다. 여기서 회고 내가 브레송을 회고한다는 의미와 내 자신의 작업 과정을 돌아 본다는 의미를 동시에 내포한다.

 

마지막으로 고민했던 부분은 이미지의 크기 조정이었다.

각 이미지가 사람을 담고 있어서 그 크기를 조정하는 것이 문제였다. 이미지 크기의 상호 관계를 설정해줌으로써 공간의 깊이를 강조하거나 시간을 압축적으로 표현해주는 미묘한 결정이 필요했다.

 

  b-4.jpg